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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프 | 2008/12/31 02:50 | Index / Log |
Deep Forest - Made in Japan (1999).
1. Ekue Ekue
2. Green and Blue
3. Deep Weather
4. Bohemian Ballet
5. Deep Folk Song
6. Freedom Cry
7. Cafe Europa
8. Forest Power
9. Hunting
10. Forest Hymn
11. Sweet Lullaby
12. Madazulu

저번에 번역했던 플레이보이TV 방송에서 플레이메이트들이 플레이보이를 보고 매료되었다고 토로한다든지, 일본 식의 고딕/롤리타 스타일이라든지 하는 경우들을 보면 조금 미묘한 기분이 든다. 자신과 다른 것에서 매력을 느껴서 변신하고 싶었다든지, '나도 저런 매력을 발휘할 수 있었으면'하는 동경과는, 뭐 잘 모르지만 조금은 다르지 않을까. 그냥 섹시하고 매력적인 것을 동경하여 외모를 가꾸는 1차적인 자기만족과는 다른, 타인의 욕망과 시선을 한번 거쳐서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고자 방식이 아닐까 생각해본 적이 있다. 섹시한 여성에게 여자가 매료된다든지 하는 경우와는 좀 다를 것이다.

그런 방향성을 가진 욕망이 꼭 불건전하다든지, 욕망에서 자아가 소외된다든지 하는 생각까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문제 있는 엑조티즘의 대표주자 나비부인을 (물론 타의로) 배출한 바로 그 일본인들이 엑조티즘을 유난히 선호한다는 것은 조금 기분이 묘하다. 자신들이 소비된 바로 그 방식으로 타인을 소비하는 것은, 어쩌면 (내 생각에서만큼은 철저히) 계급사회인 일본의 수직성이 반영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니 뭐, 이것저것 다 떠나서 그냥 돈이 많고 생활에 여유가 있어서 다양한 문화생활을 풍족하게 즐기고 있을 뿐인 것 같기도 하고, 딥포레스트가 그때 일본에서 어디 유명 CM에 음악이 삽입됐다든지 한 걸 수도 있고.

1999년, 2000년 정도에는 딥포레스트의 음악이 그렇게 듣고 싶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구할 수가 있어야지. 용케 종로의 어느 가게에서 수입반을 한 장 건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얼핏 나는 기억에는 가격이 18000원인가 그래서, '수입반인데 이렇게 싸다니!'하는 기쁨까지 있었더랬다. 라이브 앨범인 줄은 전혀 몰랐다. 그리고 에스닉한 일렉트로니카라고만 생각했던 딥포레스트가 라이브에선 이렇게 퓨전재즈 필이 가득 날 줄도 전혀 몰랐다. 나는 화려한 코러스 톤의 신스 리드가 난무하는 타입의 퓨전재즈가 트로트보다 싫다. 내 머리 속에서 딥포레스트의 청아하고 아름답던 이미지는 이때부터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93.1Mhz KBS FM에서도 가끔씩 나오는, 콩가를 두들기며 선량한 백인을 절대 살해할 것 같지 않은 아프리카 음악이 아니라, 공격적이고 화려한 일렉트로닉 사운드에 아프리카 음악을 섞어 넣었다는 것은 의미 있는 시도 같다. 스튜디오 앨범은 확실히 매료되기에 충분한 작품 같았다. 그런데 라이브의 들뜬 분위기 속에서, 퓨전재즈 밴드의 라이브 같은 진기명기 풍 솔로 타임도 나오고 뭐 이러다보니까, 뭔가 기분이 이상하다. 작곡과 연주를 하는 두 멤버는 이름을 보면 아무래도 프랑스인 같고, 아프리카 원주민들인 듯한 사람들은 게스트 보컬로 표기돼 있거든. 라이브에서 분위기 띄우고 그러려면 그럴 수도 있지 뭐 이런 것 가지고 시비를 거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구할 수 없는 딥포레스트의 음반을 몇 달이고 사고 싶다가 겨우 건진 한 장이 하필 이런 분위기의 라이브라 속상해서 비뚤어졌는지도 모르겠다. 하여튼 그때부터는,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와 낯선 보컬이 신비감을 자아낸다는 컨셉 자체가 회의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간혹 중요한 가사는 불어나 영어로 나오기도 한다. 그럴 수도 있고, 그게 효과적이라서 그렇게 썼을 것이고, 아프리카에 불어 쓰는 나라들도 많으니까 별 거 아닐 수도 있다. 심지어 딥포레스트의 두 사람은 아프리카 음악에 머리는 정통하고 가슴은 전념하며 원주민들과 진심으로 소통하고, 게다가 아프리카인들을 위해 신장이식 수술까지 해줬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거라면 나 지금 굉장한 실례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바이오그래피에 대해선 전혀 모른다. 근데 괜히 기분이 미묘하다.

일본인들의 엑조티즘 취향에 대해서, 아는 것도 없이 괜히 주절거렸었는데, 나는 유럽이나 영미권의 아티스트들이 일본에서 라이브를 하고 라이브 앨범을 내고 하는 것도, 가끔 아주 까칠한 기분일 때는 좀 불편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일본에만 가고 한국에 안 와서 그런 것도 없다고는 못 하겠다만서도.. 딥포레스트가 굳이 일본에서 라이브를 하고, Japan이란 단어가 들어간 앨범을 두 장이나 냈다는 것이 참 미묘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또 얘기하지만 내가 이때 하필 이 라이브 앨범을 사지만 않았으면 이런 생각 전혀 안 했을지도 모른다. 그냥 '일본에는 왔다 갔구나, 부럽다, 일본'하고 말았을지도 모르지. 그런데 엑조티즘을 포장해 팔아먹는 유럽인이라는 식의 삐딱한 시선이 한번 들어가기 시작하니까, 일본에서의 라이브 앨범을 낸다는 것이 이들에게 "세상의 끝까지 우리의 음악이 알려졌다"는 깃발 꼽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일본에서의 라이브 앨범을 내는 여러 해외 아티스트들에게 이런 식의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 시작하게 된 것도 이 앨범부터였던 것 같다. 생각할 수록 악연이었구나.

하지만 일본인들의 엑조티즘 취향은 단순히, 탈출하고 싶은 욕망을 충분히 갖게 해주는 사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한국에 살고 있으니 (역시나 엑조티즘적인 시각에서) 일본을 좋게 보고 그러지, 일본에서 태어나 살았다면 나도 그랬을 것 같다. 소피스티케이티드한 음악이나, 야생의 적응력 떨어진 도시의 집고양이가 등을 곧추세우고 상대를 위협하는 듯한 메탈음악이 주지 못하는, 원초적인 힘 같은 것을 어쨌거나 맛은 볼 수 있으니까. 현대 문명 사회가 답답하다느니, 나는 아날로그적인 인간이라느니 하는 소리 입에 달고 사는 우리들이지만,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 대륙에 던져 놓으면 당장 생수와 샤워기, 월풀욕조, 인터넷 같은 것을 찾아 눈에 불을 켤 사람이 대부분인 게 사실이니까. 우리들은 모두 도시의 집고양이들이다. 바깥 세상은 그냥 동경의 대상으로, 창가에 웅크리고 앉아 내다보다가, 비둘기에게 괜히 심술 한번 부려보고 하는 정도가 차라리 편하다. 이 앨범도, 아무리 나쁘게 보더라도 거기까지는 유효한 것 같다.

정규반을 따로 한 장 가지고 있고, 거기엔 안 들어있는 좋은 곡들도 있다. 그리고 뭐, 듣고 있으면 원래 곡 자체가 예쁘고 힘도 있어서 좋다. 그래도 괜히 들을 때마다 스킵 버튼을 몇 번씩은 누르게 되는 앨범이다. 라이브 앨범을 사는 게 아니었어.
by 퍼프 | 2007/11/20 05:34 | Album | 트랙백 | 덧글(0) |
Smashing Pumpkins - Mellon Collie and the Infinite Sadness : Dawn to Dusk (1995) / 071016.
1. Mellon Collie and the Infinite Sadness
2. Tonight, Tonight
3. Jellybelly
4. Zero
5. Here Is No Why
6. Bullet with Butterfly Wings
7. To Forgive
8. An Ode to No One
9. Love
10. Cupid de Locke
11. Galapogos
12. Muzzle
13. Porcelina of the Vast Oceans
14. Take Me Down

저쪽 블로그에 쓰려다가, 너무 악다구니를 풀어놓게 될 것 같아 이 한 장에 대한 감상에 섞어서 배출하기로 했다.

이 앨범의 예전 리뷰 : http://cdrack.egloos.com/424246 (060516).

이런 생각만 벌써 한 10년도 넘게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물갈이가 너무 안 된다. 후각이 지나치게 예민했던 어느 애 아빠의 자살, 그래 매혹적이라는 건 인정한다. 나도 그 인간에게 빠져서 정신 못 차리던 시절이 있었고, 90년대의 아이들(물론 90년대생이 아님)이라면 안 그런 녀석이 누가 있겠나. 하지만 대안을 찾았고 새로운 것을 원했던 90년대의 아이들이라면, 정말 그래선 안 된다. 그 아저씨 본인을 죽음으로 몰아갔던 우상화에 15년씩이나 빠져서 헤매고 있다는 게 말이 되나. 그것은 우리들 중 상당수가 진심으로 신봉했던 그런지를, 얼터너티브를 단순한 패션의 하나로 전락시키는 행위다. 후각은 예민했으나 머리는 감지 않았던 그 아저씨가 15년이 돼가는 지금까지도 진지한 회고의 대상이나 클래식의 반열에 오르지 못하고 단순히 촌스러운 옛날 음악으로 전락해버렸다면, 그건 전적으로 팬들의 신성화 때문이다. 나름 팬이었던 입장에서 진심으로 비난하고 싶다.

머리를 감지 않는 머리 냄새 페티쉬 의증의 그 아저씨 음반도 꽤 가지고 있고, 거기에 관해 하고 싶은 말들도 나름 있는 사람이지만, 이 블로그를 처음 만들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 음반들은 입에 담기가 힘들다. 솔직히 나에게는 그것이 트라우마가 돼버렸기 때문이다. 좀 지난 일이지만 어느 치기 어린 밴드가 공중파 방송에서 이 아저씨의 곡을 연주했는데, 연주가 개판이라고 난리가 났었다. 난 무서웠다. 90년대에는 그 아저씨가 자기 머리 냄새에 취해 연주를 개판치고 카메라에 가래침 뱉는 것을 보며 진정한 록스피릿이라고 떠들어대지 않았나. 물론 실력이 딸려서 안 되는 것과는 차이가 있지만, 그럼 뭘 원한 건가? 뛰어난 연주실력으로 원곡을 그대로 카피하는 것이야말로 90년대의 우리들이 그토록 저주했던 80년대 메탈키드들의 제1 기준 아니었나. 세상의 얼치기 마니아들이 다 그런 소리를 해도, 적어도 90년대의 아이들인 우리들만큼은 그래선 절대 안 되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을 유독 더 하게 되는 시즌이 있다. 딱히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1년에 한두 번씩, 그때마다 한두 달씩 속이 갑갑하고 분통이 터진다. 그러던 차에 꿈에서 Tonight, Tonight이 들렸고, 차에 이 씨디를 꼽고 길을 나섰다.

보통 펌킨스의 앨범들은 초반에 세 곡 정도를 엄청 달려주는 편이다. 사실 이것은 록밴드 앨범의 정석이라고 볼 수도 있겠고, 빌리 코건이 부치 빅에게서 배운 것이라 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이 앨범, 2CD로 돼 있다보니 정도가 상당히 심하다. 그래도 호흡을 조금 가다듬어 주기 위한 7번을 제외하면, 2번부터 9번까지 있는 힘을 다 해 두들기고 달리고 때려 부순다. 인털류드의 느낌이 나는 10번에서 잠시 숨을 돌린 다음 11번이 돼서야 보통 한 장짜리 앨범의 느린 곡 나오는 타이밍을 찾는다. 9번까지에는 대형 히트곡만 세 곡이 배치돼 있고, 하나 같이 펌킨스 특유의 드라이브감과 공격성이 담겨 있는데, 사이사이에 끼어있는 Jellybelly와 Here Is No Why도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주목할 트랙들이라 생각한다.

Jellybelly는 손쉽게 치면서도 역동적인 리프를 구성할 수 있는 D-Drop의 새 지평을 여는 리프라 해도 좋겠다. 메탈적이면서도 의도적으로 장식을 가득 우겨 넣은 리프가 '얼터너티브=연주 못함'이라는 내외적 고정관념을 짓밟아준다. 이것은 8번의 Fuck You (An Ode to No One)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Here Is No Why는 가사에서도 죽은 애 아빠 고추만 만지고 있는 팬들을 노골적으로 비웃어주고 있다. 얼터너티브의 고정관념에 대항하는 대곡 취향도 노골화됐다. 물론 Siamese Dream (1993)의 Silverfuck도 대곡이었지만, Tonight, Tonight이나 Porcelina of the Vast Oceans을 보면 개념이 다르다. 차라리 전작 중 Soma나 Geek USA를 더욱 장황하게 펼쳐놨다는 느낌이랄까. (전작 분위기와 통하는 중급의 대곡들은 두 번째 디스크에 많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Zero나 Bullet with Butterfly Wings도 단순한 구조를 최대한 벗어나려는 시도들이 보인다. 음악적으로 펌킨스 본연의 정수라는 느낌이 드는 것은 Muzzle이나 Here Is No Why 정도. 지나가는 얘기지만 Muzzle을 닮았으나 raw한 분위기에 집착했던 Zwan은, Jellybelly 노선은 너무 무거워서 피한다 쳐도, Here Is No Why 같은 노선으로 갔어야 했다는 생각도 해본다.

마침 이 디스크를 들고 나간 날은 딱 가을 날씨면서도 의외로 포근해서, 창문을 열고 달리는 차들이 많았다. 더 크게, 더 크게 듣고 싶은데 창문을 닫고 있자니 덥고, 간선도로에서조차 옆 차들 때문에 소리도 키울 수가 없어서 답답했다. 그래도 갑갑했던 마음을 어느 정도는 풀 수 있더라. 이 장황한 두 장의 앨범 중에서도 특히 첫 장은, 단연 포스트 그런지의 프로파간다라는 느낌이다. 해묵은 우상화 그런지에 Here Is No Why로 사정없이 조롱하고 침을 뱉으며 Fuck You (An Ode to No One)으로 모두 때려부순 뒤 그 파편까지도 잘게 밟아 으깨는 듯하다. 훌륭하고 완성도 있는 곡들이 두 번째 장에도 많이 있지만 히트 싱글이 앞 장에 몰린 것도, 실은 그런 의지를 담은 판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13년 전의 앨범이다. 이렇게까지 악에 받쳐 소리를 지르고 부수고 뒹굴고 침을 뱉어댔는데도, 아직까지도 세상은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악질들만 남은 것 같다. 정말, 90년대의 우리들만은 그러면 안 된다. 진짜 Iscariot는 누군지 생각 좀 해보자. 내가 굳이 얼터너티브의 애티튜드를 신성화해서 이런 소리를 하는 게 아니다. 하나는 정말 진심으로 너무 지겨워서 그렇고, 또 하나는, 그래도 세상에는 변화의 팩터들이 있다는 희망을 버리고 싶지 않아서 그렇다. 한 가지만 덧붙이자면, 음악에 아무 관심도 없으면서 음악 좋아한다고 까부는 것들이 꼴 보기 싫어서 그렇다. 나로서는 아직까지 머리 냄새 나는 의처증 아저씨가 어쿠스틱 기타 잡은 모습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웠다고 회고하는 사람들이 음악에 작은 관심이나마 있는 사람들이라고 믿을 수가 없다. 내가 안정환도 아닌데, 너희들 때문에 음악이 이 꼴이야, 라고 해줄 수도 없고.

커트 코베인 신도들, 다 죽어버려.
by 퍼프 | 2007/10/16 20:10 | Album | 트랙백 | 덧글(1) |
Cardigans - Gran Turismo (1999).
1. Paralyzed
2. Erase / Rewind
3. Explode
4. Starter
5. Hanging Around
6. Higher
7. Marvel Hill
8. My Favourite Game
9. Do You Believe
10. Junk of the Hearts
11. Nil

이 앨범에 관해 포스팅한 적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나 보다.

친구 Y군은 이 앨범을 기점으로 카디건스 팬들의 향방이 갈렸다고 말했다. 골수 팬들은 이후로도 쭉 남았고, 상큼한 카디건스에만 혹했던 팬들은 떨어져 나갔다는 것이다. 조금 미묘한데, 일부분에는 동의할 수 있다. 굳이 말하자면 밝은 카디건스에서 어두운 카디건스로의 전환이랄까. 하지만 내 감상으로는 너무 목가적이던 다음 앨범부터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이 앨범에서 보여지는 어두운 면들은 오히려 이전 곡들의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함량의 차이 정도랄까. 적어도 내가 사랑한 카디건스는 잔인한 혹은 리얼한 내용을 달콤한 포장에 담은 아이러니가 언제나 돋보였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의미에서 카디건스는 참 따라하기 힘든 밴드다. 니나 페르손의 달콤한 목소리 때문은 아니다. 특히 First Band on the Moon (1996) 앨범부터 두드러지는, 메탈스러운 패턴을 가볍고 달콤한 사운드에 싣는 미묘한 배합을 어떻게 따라하겠나. 하지만 이 부분을 제외한다면 나는 카디건스가 "죽이는 사운드"보다는 "좋은 곡"의 힘을 믿는 밴드라고 생각한다. 이들의 초기 사운드에서 확 두드러졌던 플루트의 사용이나 이번 앨범의 일렉트로닉 성향도 "좋은 곡"을 뒷받침하기 위한 편곡의 도구로 활용된다. (주관적이지만 나는 그것이 바람직한 애티튜드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얼마 전, 간만에 My Favourite Game의 비디오를 봤는데, 아무 생각 없이 플레이를 눌렀다가 정말 "헉"하는 소리가 나왔다. 인트로의 하이햇 밑으로 깔리는 올갠의 톤이 너무나 매혹적으로 가슴을 뒤흔들었기 때문이다. (여담이지만 중간에 나는 '똥강'하는 소리는 언제 들어도 MSN 메신저의 메시지 수신 알림음 같다 -ㅅ=.) 기존과는 다른 사운드를 전면으로 내세우다 보니 사운드에 대한 고려가 더 많아진 덕분인지도 모르겠다. 다음 앨범이 그렇게 조용해진 구체적인 배경은 알 수 없지만, 이런 방법론으로 한 장 정도는 더 내줬어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은 자꾸 하게 된다. 말이 영 두서 없는 것 같은데, "좋은 곡"의 힘을 믿는 사람들이 세심하게 배려와 함께 일렉트로 사운드를 다뤘을 때의 결과물이 이렇게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Erase / Rewind에서 칠아웃에 가까운 인트로 뒤에 어쿠스틱 기타의 중저음이 카랑카랑하게 실리는 것을 보라. 이런 곡은 더 나와야 한다.
by 퍼프 | 2007/10/15 21:09 | Album | 트랙백 | 덧글(1) |
My Bloody Valentine - Loveless (1991).
1. Only Shallow
2. Loomer
3. Touched
4. To Here Knows When
5. When You Sleep
6. I Only Said
7. Come in Alone
8. Sometimes
9. Blown a Wish
10. What You Want
11. Soon

훌륭한 앨범은 많다. 사랑받는 앨범도 많다. 이정표가 되는 앨범은 그보단 적으나 꽤 된다. 하지만 훌륭하고 이정표가 되면서 사랑도 담뿍 받은 앨범은 좀 적다. 이 앨범은 백스테이지2의 한 자리씩을 차지하고 있던 고맘때 아이들의 바이블인 동시에 더없는 사랑을 받은 앨범일 것이다. 최소한 그때 그 아이들 중 50%는 이 앨범에 대한 악평을 참을 수 없었으리라. 상상을 조금 더 펼치자면, 2007년의 여름에 이 앨범을 듣는 사람은 대부분 그때 그 아이들일 것이다. 아마도 달콤하고 꿈 많은 연인 같은 이 앨범을 들으면서 약간은 여피가 된 것 같은 기분도 느끼겠지. '겨울에 듣는다면 모를까, 에어콘이라도 빵빵하게 틀어져 있지 않았다면 한여름에 듣기엔 조금 기력 소모가 심할지도?'라든가 하는 생각을 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앨범이 여피가 된 당신을 꾸짖거나 하지는 않는 것 같다.

이 앨범의 매력은 병치에 있다. 섬세하고 오밀조밀한 연주와 드라이빙한 기타의 병치, 드라이빙한 리듬과 느릿느릿한 보컬의 병치, 달콤함과 노이즈 혹은 기묘함의 병치. 그것은 개방현 텐션코드나 퍼즈, IV나 VII로 매력을 더한 코드 진행, 터널을 지나는 듯한 부유하는 사운드와 함께 수많은 사람들의 참조목록에 커다란 이정표로 남았다. 포스트 그런지, 로파이, 인디 일렉트로팝 등등, 90년대 이후 지금까지도 이 앨범의 노골적인 영향궈에 있는 밴드를 찾는 일은 조금도 어렵지 앟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쯤 한번 더 리바이벌 되어주어도 괜찮을 법하다는 생각도 든다만, 아무래도 90년대의 우리들에게 줬던 것 같은 느낌이 들진 않겠지. 그 모든 것이 '소비됐다'고 표현하고 싶을 정도로 조각조각 많이도 팔려나갔으니까. 앞에서, 2007년의 여름에 이 앨범을 듣고 있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그때 그 아이들일 것이라고 상상한 것도 그런 이유.

조금 의외다 싶은 것은, 이 앨범이 뭔가 무섭고 기괴하다며 질색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보통 이 앨범을 싫어한다면 너무 달콤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말이다. 하긴 생각해보면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니긴 하다. 노이즈의 활용이나 과한 코러스 이펙트의 사용 같은 것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이렇게 예쁘장한 음악을 하면서도, 전혀 즐거운 마음으로 작업하지 않았을 것 같은 비릿함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캐치한 음악의 미덕을 마음 놓고 즐길 수 있게 되기 이전인 90년대 초중반의 우리들에게 이들이 그토록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도, 아마도 같은 이유였을 것이다.
by 퍼프 | 2007/08/24 21:09 | Album | 트랙백 | 덧글(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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