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Airbag2. Paranoid Android
3. Subterranean Homesick Alien
4. Exit Music (For a Film)
5. Let Down
6. Karma Police
7. Fitter Happier
8. Electioneering
9. Climbing Up the Walls
10. No Surprises
11. Lucky
12. The Tourist
얼마전 선배와 라디오헤드에 관해 얘기를 나누었다. 정확하게 어디까지 같이 얘기했고 어디부터가 이후에 혼자 생각한 것인지는 구분하기 어렵지만, 대략 라디오헤드의 '얼터너티브 록 밴드 시대'인, Pablo Honey, The Bends, OK Computer 삼부작에 관한 이야기였다.
Creep 단 한 곡의 위력에 시달릴 대로 시달린 그들은 소포모어징크스에 대한 두려움과 더 나은 곡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에 The Bends를 만들었다. The Bends는 '매력적인 곡'들이 너무나 많았기에 어마어마한 히트를 해버렸고, 그것은 그들 자신에게 또다른 부담감이 되었을 뿐더러 하나의 넘기 힘든 벽이 되어버렸다. "The Bends 같은 앨범을 우리는 다시는 만들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겠냐..는 얘기였다. 덧붙이자면 그들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우울한 감성에서 벗어나고 싶으나 (여러모로) 그러기도 싫고 그럴 수도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The Bends의 벽을 우회를 결심했다고 생각되며, 그것이 이 앨범을 끝으로 밴드의 전환기를 갖게 된 계기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OK Computer는 정말 역작이다. 이전 앨범들처럼 '어마어마한 한 방'을 기대했기에 Exit Music, Karma Police, No Surprises에 지나친 이목이 쏠렸지만, 사실 이 앨범의 '진짜'는 다른 곡들이라고 생각한다. 꼽아보자면, Let Down, No Surprises, Lucky의 한 부류와, Electioneering, The Tourist의 또 한 부류와, 중간에 위치한 Airbag 정도.
두번째 부류부터 얘기하자면, 하나의 곡을 여럿이서 나누어 연주하는 느낌이었던 예전의 곡들보다 훨씬 밴드의 의미가 강해졌다. 또한, 더욱 소피스티케이티드해지면서도 동시에 헤비하거나 스트레이트한, 밴드의 '록'의 발전이라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첫 부류는 고유의 감성이 어느 정도 이어지고 있는 곡들이다. 그러나 분명한 차이가 있는 부분은, 고개를 푹 숙이고 괴로움을 토로하던 찌질이가 당당한 한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다. 차분하게 짚어가며 걸음을 내딛는 베이스와 드럼의 Let Down은 라디오헤드의 감성과 성숙이 빛을 발하며, 기존의 라디오헤드에게선 나올 수 없는 곡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The Bends 앨범을 정말 좋아했고 지금도 그때의 라디오헤드가 종종 그립지만, 97년까지의 라디오헤드에게서 한두 곡을 뽑으라면 절대로 Airbag과 Let Down이다. 예쁜 감성이 가장 돋보이는 No Surprises조차도 처연하면서도 당당하기 그지없다.
정말로 간만에 들었는데 가슴이 다 뛴다. 이제는 "나는 라디오헤드를 좋아합니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에 대해 편견이 생길 정도지만, 그래도 이 앨범은 어쩔 수 없는 명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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