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11. Not Seventeen
2. Like Her
3. Beautiful
4. Deep Love
5. It's Enough Now
6. This Life
7. Flowers Bloom
8. Enough Love
9. Don't Invent Me
10. Insensible
11. Kissing the Day
12. Believe
13. I Don't Want the Night to End
14. Not Seventeen (Tom Middleton Mix)
CD2
1. Beautiful (12" Canny Mix)
2. Not Seventeen (Attica Blues Remix)
3. This Life (Cevin Fisher Dub)
4. Beautiful (Lenny's Sunset Mix)
5. Deep Love (Charlie May Remix)
6. This Life (Wagon Christ Mix)
7. Flowers Bloom (Alex Reece Remix)
8. Deep Love (Nitin Sawhney Remix)
9. Not Seventeen (Futureshock Alt. Mix)
10. This Life (Boymerang Remix)
11. Beautiful (Calderone After Hour Mix)
12. Deep Love (Narcosys Project Remix)
참 이래서 첫 인상이 중요한 거다. 만달레이를 처음 접한 것은 솔식에서 "Portishead - Pearl"이라는 페이크로 돌아다니던 파일들이었다. "베스 기븐스가 연애 시작했나?!?!??"라는 의혹을 제기하게 했던-ㅅ= 그 가짜 앨범의 곡들은, 분명 포티스헤드와 일견 혼동할 만한 유사성을 갖고 있긴 했다.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다분히 밴드 혹은 실연주 지향으로 나아가던 당시 포티스헤드에게서 나올 음악은 참 아니었다. 게다가 견고한 암울함의 덩어리였던 포티스헤드에 비해서는, 너무나 연약하고 쓰라리면서도 달콤하고 투명했다. 제대로 낚인 뒤 나중에야 만달레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나의 마음 속에서 만달레이는 "음악이 참 좋긴 하지만 어쨌든 마이너 밴드"라는 느낌으로 인식돼버렸다. 사실 이 앨범도 우연히 중고반이 눈에 띄지 않았더라면 결국 사지 않았을 것 같다만.
두 장의 정규앨범만으로 해체한 듀오가 낸 14 트랙짜리 베스트앨범이라면, 사실 웬만한 곡은 다 들어가 있을 터였다. 그런데 가장 마음에 들었던 두 곡 중 하나인 Another가 수록되지 않았다는 건 많이 아쉽다. 그 아쉬움의 약간은 2번의 리믹스 디스크가 메워주고 있다. 특히 좋아하는 곡인 This Life가 두 가지 버젼으로 수록된 것도 조금 기쁘다. 웨건 크라이스트의 리믹스는 재편곡에 가까워서 거의 그대로 정규 앨범이라든지에 수록돼도 좋을 느낌과 완결성을 갖고 있고, 원곡을 뜯어내서 싸하게 풀어헤친 Boymerang Remix도 무척 듣기 좋다. 다른 트랙들도 때로는 하드하게, 때로는 테크하게, 때로는 싸늘하게 실뭉치를 풀어놓고 있는데, 이만하면 제법 괜찮은 리믹스 컬렉션이다.
새삼스럽게 듣고 있자니 참 좋은 밴드였다. 깨질듯 아슬아슬한 감성이 탄탄하고 세련된 연주와 잘 조화돼 있다. 듣는 날의 기분에 따라서는 '아아 감성 과잉.. -ㅅ='이란 기분이 들 수도 있을 법한 곡들이지만, 기본적으로 굉장히 웰메이드다. 90년대 후반부터 쏟아져나왔던 여성 보컬의 일렉트로닉 듀오들 중에는 사실 웰메이드가 굉장히 많았다. 나머지 한 명이 프로듀서 출신인 경우가 많아서인지도 모르겠지만, 프로듀싱의 측면에서는 약이 오를 정도로 탄탄하게 잘 만든 앨범들도 많았지. 하지만 그것이 웰메이드에서 그치지 않고 그 이상의 "훌륭한 곡"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또 많지가 않았던 것 같다. 프로듀싱이 너무 꽉 차서 감정이 파고들 여유가 없는 경우도 많았고. 그것은 어쩌면, 프로듀싱의 1인 전담과 단순 보컬리스트라는 형태로 균형이 깨졌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만. 만달레이의 경우는 그런 측면에 있어서 모범적이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This Life는 언제 들어도 알싸하고 우아하게 감겨오고, Not Seventeen, Beautiful 등의 대표곡들도 역시 좋다. Flowers Bloom은 데뷔곡이라는 것이 쉽게 믿기지 않을 만큼 세련되고 완성도가 있다. Enough Love는 지금 듣기에는 아마도 이런 곡이 포티스헤드라는 오해를 가장 많이 줬던 곡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하지만 지금의 감상으로는 차라리 뷰욕에 가까운지도.). Insensible은 트렌드의 변화가 급격한 지금의 다운비트 곡들 틈에 끼어도 충분히 돋보일 만한 편곡인 듯. Another가 빠진 것은 여전히 아쉽다. 그런데 페이크 파일 시절, 아예 제목이 Pearl이란 곡도 하나 있어서 무척 좋아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디스코그라피를 뒤져봐도 나오질 않는다. 그 곡은 대체 뭐였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