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Paralyzed
2. Erase / Rewind
3. Explode
4. Starter
5. Hanging Around
6. Higher
7. Marvel Hill
8. My Favourite Game
9. Do You Believe
10. Junk of the Hearts
11. Nil
이 앨범에 관해 포스팅한 적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나 보다.
친구 Y군은 이 앨범을 기점으로 카디건스 팬들의 향방이 갈렸다고 말했다. 골수 팬들은 이후로도 쭉 남았고, 상큼한 카디건스에만 혹했던 팬들은 떨어져 나갔다는 것이다. 조금 미묘한데, 일부분에는 동의할 수 있다. 굳이 말하자면 밝은 카디건스에서 어두운 카디건스로의 전환이랄까. 하지만 내 감상으로는 너무 목가적이던 다음 앨범부터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이 앨범에서 보여지는 어두운 면들은 오히려 이전 곡들의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함량의 차이 정도랄까. 적어도 내가 사랑한 카디건스는 잔인한 혹은 리얼한 내용을 달콤한 포장에 담은 아이러니가 언제나 돋보였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의미에서 카디건스는 참 따라하기 힘든 밴드다. 니나 페르손의 달콤한 목소리 때문은 아니다. 특히
First Band on the Moon (1996) 앨범부터 두드러지는, 메탈스러운 패턴을 가볍고 달콤한 사운드에 싣는 미묘한 배합을 어떻게 따라하겠나. 하지만 이 부분을 제외한다면 나는 카디건스가 "죽이는 사운드"보다는 "좋은 곡"의 힘을 믿는 밴드라고 생각한다. 이들의 초기 사운드에서 확 두드러졌던 플루트의 사용이나 이번 앨범의 일렉트로닉 성향도 "좋은 곡"을 뒷받침하기 위한 편곡의 도구로 활용된다. (주관적이지만 나는 그것이 바람직한 애티튜드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얼마 전, 간만에 My Favourite Game의 비디오를 봤는데, 아무 생각 없이 플레이를 눌렀다가 정말 "헉"하는 소리가 나왔다. 인트로의 하이햇 밑으로 깔리는 올갠의 톤이 너무나 매혹적으로 가슴을 뒤흔들었기 때문이다. (여담이지만 중간에 나는 '똥강'하는 소리는 언제 들어도 MSN 메신저의 메시지 수신 알림음 같다 -ㅅ=.) 기존과는 다른 사운드를 전면으로 내세우다 보니 사운드에 대한 고려가 더 많아진 덕분인지도 모르겠다. 다음 앨범이 그렇게 조용해진 구체적인 배경은 알 수 없지만, 이런 방법론으로 한 장 정도는 더 내줬어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은 자꾸 하게 된다. 말이 영 두서 없는 것 같은데, "좋은 곡"의 힘을 믿는 사람들이 세심하게 배려와 함께 일렉트로 사운드를 다뤘을 때의 결과물이 이렇게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Erase / Rewind에서 칠아웃에 가까운 인트로 뒤에 어쿠스틱 기타의 중저음이 카랑카랑하게 실리는 것을 보라. 이런 곡은 더 나와야 한다.